1940년대 후반, 태평양 한가운데서 처음으로 이상 징후가 포착됩니다. 거대한 금속 구조물이 바다 위에 나타나더니, 이내 배들이 잇따라 수면 아래로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 물체들이 바다에서 활동하면서 선박 피해 사례가 끊이지 않자, 세계 각국은 공포에 휩싸입니다. 하지만 아직 위협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드러나지 않은 채 미스터리로 남아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작가는 초반부터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서스펜스를 조성합니다.

 

해저에서 거대한 새로운 생명체가 발견되면서 그들의 실체가 서서히 밝혀집니다. 이들은 고대부터 지구의 심해에 존재해온 원시적 생명체로, 인간들의 활동에 위협을 느껴 바다 전체를 자신들의 영역으로 만들려 한 것이었습니다. 작가는 이 생명체들의 진화 과정, 신체 구조, 생태 습성 등을 상세히 설명하며 그들의 기원과 목적을 짚어갑니다. 또한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인류 문명을 위협해 나갔는지 세밀하게 그려냅니다.

 

결국 많은 육지 지역이 해저 생명체들에 의해 침수되면서 인류는 대 이동을 감행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에 인류는 바다 아래 거대한 인공 도시들을 건설하고 그곳으로 이주하기 시작합니다. 작가는 해저 도시의 구조와 기능, 운영 시스템 등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며, 도시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일상생활도 자세히 다룹니다. 또한 이주민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가는 과정과 그들의 심리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해저도시에서 태어난 새로운 세대들은 점차 바다 위 세계를 잊고 해저 삶에 익숙해져갑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지상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하는 이들이 있어 내부 갈등과 분열이 일어납니다. 특히 해저 생명체들과의 전쟁을 주장하는 급진파가 생겨나면서 사회 불안도 커집니다. 이러한 내적 갈등 상황이 해저 도시 사회를 흔들면서 또 다른 기로에 서게 되는데, 작가는 이 부분에서 인류 사회의 단면을 매우 리얼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한동안 극렬하게 대립하던 인류와 해저 생명체들 사이에서 일부가 공존을 모색하기 시작합니다. 상호 이해를 넓혀가며 평화로운 공생 관계를 위한 협상이 진행되는데, 처음에는 반대에 부딪히지만 점차 설득력을 얻어갑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의 협상 과정과 공존 방안이 상세히 묘사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지구 전체를 분할 통치하는 새로운 체제가 등장하게 됩니다. 이처럼 작품 후반부에는 새로운 생명체와 더불어 살아가는 방안이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을 읽고 가장 크게 와 닿은 부분은 인류의 교만과 배타성에 대한 반성적 시선이었습니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만 여겨왔고, 다른 생명체들의 존재를 외면해왔습니다. 이 작품은 그런 우리의 태도가 어떤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려 한다면 상생과 공존도 가능하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도 전합니다. 비록 SF지만 오늘날 환경 문제와 다양성 존중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큰 작품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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